광한루 앞의 연못을 가로지르는 오작교는 춘향과 몽룡의 사랑을 이어주는 상징이다.
춘향이와 이몽룡의 사랑이야기가 아름답게 피어나는 남원에는 춘향전의 배경이 된 광한루원, 남원관광단지에 조성된 춘향테마파크, 춘향이의 절개를 기리는 춘향묘가 있어 고전의 생명력을 전해준다. 남원과 맞닿은 지리산의 둘레길과 구룡계곡까지 놓치지 말고 둘러보자.
글ㆍ사진 _ 배나영 작가
몽룡이 춘향을 처음 보고 반했던 곳, 광한루
성춘향과 이몽룡의 사랑이 전해지는 광한루원은 봄기운을 물씬 품었다. 싱그러운 잎을 물가에 드리운 버드나무도, 어린아이 키만한 잉어들도 봄을 만끽한다. 아기자기하고 운치 있는 광한루원을 거닐다 보면 누구라도 애틋한 사랑의 마음이 피어나지 않을까 싶다. 경회루, 촉석루, 부벽루와 함께 우리나라 4대 누각으로 꼽히는 광한루는 척 보아도 만듦새가 뛰어나다.
조선시대 황희 정승이 남원에 유배되었을 때 지은 광한루는 원래 ‘광통루(廣通樓)’라 하였으나, 이후 관찰사 정인지가 이곳의 경치를 보고 ‘달나라 선녀가 사는 월궁의 광한청허부처럼 아름답다’고 감탄한 이래 광한루라고 불린다.
은하수를 상징하는 연못 안에는 삼신도(三神島)를 만들었다. 한 섬에는 대나무를, 또 다른 섬에는 백일홍을 심고, 마지막 섬에는 연정을 지었다. 연못을 가로지르는 오작교는 견우와 직녀의 사랑을 이어주는 다리이자 춘향이와 몽룡의 사랑을 상징한다. 일 년에 한 번 오작교를 밟으면 부부간의 금슬이 좋아지고, 자녀가 복을 받는다는 설도 있다.
어디를 둘러봐도 감탄이 절로 나는 광한루원은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춘향뎐>에서부터 <광해>, <관상>, <추노>, <1박2일> 등 영화와 드라마, 예능을 아우르는 인기 있는 촬영장이기도 하다.
책 대신 온몸으로 체험하는 춘향전
광한루원을 나와 요천을 가로지르는 승월교를 건넌다. 승월교에는 홍사초롱이 매달려 낮에도 밤에도 화사하다. 옛 남원 사람들은 요천에 나와 달이 떠오르는 것을 보며 소원을 빌었다고 전해진다. 봄이 되면 천변의 10km에 달하는 구간이 하얀 벚꽃으로 가득 피어난다. 다리를 건너 남원관광단지를 향해 걷다보면 춘향마당, 흥부마당, 심청마당을 상징하는 작품들이 있어 소소한 재미를 더한다.
남원관광단지에는 춘향테마파크와 향토박물관, 국립민속국악원, 남원항공우주천문대가 있고, 관광단지답게 한정식 집들도 즐비하다. 춘향테마파크로 입장하면 남원지방의 문화유산을 정리한 향토박물관을 먼저 둘러보자. 남원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좋은 길라잡이가 되는 곳이다.
춘향테마파크는 춘향전을 테마로 조성한 공원이다. 사랑을 맹세하는 옥가락지 조형물을 통과하면 춘향의 엄마가 살던 월매집, 춘향과 몽룡이 첫날밤을 보낸 부용당을 구경할 수 있다. 단심정에 오르면 남원의 경치가 한 눈에 들어온다. 관아에 부임하는 사또와 이방, 옥중 관리를 나타내는 인형들의 표정이 살아있다. 춘향테마파크를 한 바퀴 돌면 춘향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듯한 재미가 있다.
남원은 추어탕으로도 유명하다. 광한루원 앞에 추어탕 거리가 조성되어 있을 정도다. 남원에서 가장 유명한 추어탕 전문 음식점으로는 새집추어탕, 월매추어탕, 현식당이 있다. 맛있는 추어탕을 한 그릇 먹고 스위트호텔 남원으로 향한다. 스위트호텔 남원의 은은한 야경이 멋스럽다.
춘향묘과 육모정에서 느끼는 운치
이튿날 스위트호텔에서 맛있는 조식을 먹고 춘향묘와 육모정으로 출발한다. 춘향묘는 남원시가 조성한 성춘향의 무덤이다. 춘향이라는 소설 속 주인공을 위해 상징적으로 만든 가묘이지만 여기서 제사도 지내고 축제도 벌인다. 춘향묘를 둘러싼 대나무는 춘향의 곧은 절개를 의미한다.
이곳에는 춘향묘와 육모정이 서로 마주보고 서있다. 육모정은 약 400년 전에 널따란 바위 위에 육각형 모양으로 지어진 정자다. 1960년에 비가 와서 소실된 후, 새로 복원한 정자가 길가에 지어졌다. 육모정의 묘미는 아래쪽에 펼쳐진 계곡이다. 구룡폭포 제2곡이라는 용소가 바로 여기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면 육모정과 마주보는 용호정으로 갈 수 있다. 용호정 뒤로는 소나무 숲이, 앞쪽으로는 구룡계곡이 흐른다. 이곳에서 시원한 경치를 바라보며 풍류를 즐겼을 옛 선비들이 살짝 부러워진다.
1 승월교 아래 요천에는 봄이면 섶다리가 놓여 강의 정취를 한껏 살린다.
2 구룡폭포는 아홉 마리의 용이 하늘에서 내려와 폭포에서 놀다 갔다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3 육모정 앞의 계곡에는 널따란 바위 뒤로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4 춘향테마파크에서 사또 행차를 보여주는 인형들의 살아있는 표정이 재미있다.
아홉 마리의 용이 승천한 구룡폭포
남원은 국립공원 1호로 지정된 지리산을 품고 있는 고장이다. 지리산에서도 아름답기로 유명한 뱀사골 계곡과 지리산 둘레길의 1코스 시작점도 역시 남원에 있다. 아홉 마리의 용이 내려와 아홉 군데 폭포에서 각기 노닐다가 다시 승천했다는 구룡계곡도 남원의 절경이다. 본래는 열 두 계곡이었으나 숫자 중에 가장 큰 수가 9인지라 구곡이라 칭했다 한다.
내력에 용이 등장하는 곳 치고 예사로운 풍경이 없다. 구룡계곡도 마찬가지다. 그 중에서도 구룡폭포는 남원팔경 가운데 제1경으로 꼽힐 만큼 아름답다.
주차장에서 구룡폭포까지는 약 300m 떨어져 있다. 나무계단을 한없이 내려가다 보면 물소리가 폭풍처럼 몰아친다. 구룡폭포 아래에는 출렁다리가 있다. 엄청난 물살 위로 출렁거리며 걸으면 아찔하다. 구룡폭포를 바라보니 하늘의 용도 반할만한 위용이다. 계단을 다시 올라가려니 까마득하지만, 폭포가 준 감동을 생각하면 감수할 만하다.
‘국악의 성지’에서 만나는 우리의 소리
남원은 판소리 다섯 마당 중 춘향가와 흥부가의 배경이자 동편제 소리의 발상지로, 예부터 국악의 산실이었다. 국악의 본고장인 남원에 자리한 ‘국악의 성지’에는 명창들과 명인들이 기증한 유물전시관, 국악기를 전시해 놓은 국악기 전시체험관과 야외 공연장, 국악인의 묘역과 사당이 배치되어 있다.
전시된 각종 악기를 두들겨 보기도 하고, 음향시설을 통해 명창들의 판소리를 직접 들어볼 수도 있다. 미리 예약하면 전통악기를 만드는 체험이나 판소리, 난타 등 우리 가락을 배우는 체험을 전문 국악인으로부터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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