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광성보의 손돌목돈대에 서면 바다에 잇닿은 강화의 땅을 한눈에 굽어볼 수 있다.
강화의 역사는 한반도 역사의 축소판이다. 강화가 품고 있는 소중한 유물들은 선사시대 이래로 이어진 우리의 문화와 항쟁의 기록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청동기 시대의 고인돌, 고려와 조선시대에 몽골과 외세의 침입을 막아내던 포대와 돈대들이 서해 바다의 풍광과 어우러진 강화로 떠나보자.
글ㆍ사진 _ 배나영 작가
선조들의 호국정신을 기리며
한반도와 강화도를 잇는 초지대교를 건너면 초지진과 덕진진, 광성보를 순서대로 둘러볼 수 있다. 초지진은 해상으로부터 침입하는 적을 막기 위해 조선시대에 구축한 요새다. 초지진의 외부 성벽을 둘러보면 아직 포탄의 흔적을 간직한 소나무를 만날 수 있다.
덕진진은 덕포진과 더불어 바다의 관문을 지키는 강화도 제1의 포대였다. 강화 12진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군사적 요충지였던 덕진진은 병인양요와 신미양요 때 가장 치열한 포격전이 벌어진 곳이다. 남장포대에는 15문의 대포가 설치되어 있다. 적의 눈에 띄지 않도록 반달모양으로 축조한 포대 앞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당시의 전투가 눈앞에 그려질 듯하다. 덕진돈대 앞쪽에는 흥선대원군이 세운 경고비가 있어 강렬한 쇄국의 의지를 보여준다.
광성보는 고려가 몽골의 침략에 대항하며 강화로 천도한 후에 돌과 흙을 섞어 길게 쌓은 성이다. 광성돈대에는 당시에 사용했던 대포와 소포를 복원해 두었다. 손돌목돈대는 높은 지형에 둥그렇게 쌓은 돈대다. 이곳에 서면 일대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용두돈대는 용머리처럼 불쑥 솟아나온 지형에 설치된 교두보다. 숲길과 잔디밭이 한적해 쉬어가기에 좋다.
2 덕진진의 남장포대 너머에는 갈대가 평화로이 한들거리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낚시터에서 만나는 아기자기한 빙어축제
겨울이면 빙어나 산천어를 낚으러 강원도가 북적인다. 올해 가뭄으로 인제빙어축제가 취소돼 아쉬웠다면 강화도로 발길을 돌려보자. 강화도에는 크고 작은 낚시터가 많아 평소에도 낚시꾼들에게 인기가 좋다.
석모도로 건너가기 전, 외포리 선착장 근처에 있는 황청낚시터로 향한다. 황청낚시터는 겨울이면 아이들과 함께 빙어낚시를 나온 가족들로 북적인다. 입장료를 내고 간단한 낚시도구를 사서 매끈한 빙판위로 나가본다. 낚시 바늘에 빙어 먹이를 꿰기도 하고, 견지대를 아래 위로 흔들며 빙어를 잡는다. 추위에 아랑곳없이 시간이 잘도 간다. 따끈한 컵라면 국물에 빙어튀김을 한 접시 곁들이면 간식으로 제격이다. 아이들은 한쪽에 마련된 놀이터에서 썰매타기를 즐긴다. 빙어를 못잡고 돌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주인 아저씨가 가끔씩 빙어를 나눠주는 건 은근한 비밀이다.
3 각양각색의 표정과 몸짓을 한 보문사의 오백나한은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4 황청낚시터에서 잡은 빙어는 즉석에서 빙어튀김을 해먹어도 좋고, 집에 가져가 두루치기를 해먹어도 맛있다.
5 강화풍물장터에는 강화도 특산품인 밴댕이로 만든 젓갈과 아삭거리는 순무김치가 유명하다.
6 석모도에서 1박을 하게 된다면 아름답기로 유명한 민머루 해수욕장의 낙조를 놓치지 말자.
잊지 못할 비경을 품은 섬, 석모도
석모도에 가는 배에 오른다. 예전에 석모도 뱃길은 과자를 노리던 갈매기들로 유명했는데, 최근에는 갈매기가 드물다. 30분 간격으로 출발하는 배는 10분이면 석모도에 도착한다.
낙조가 무척이나 아름답다는 민머루 해수욕장으로 향한다. 바다로 떨어지는 태양의 속도에 발맞춰 붉은 파도가 해변으로 밀려온다. 하늘과 바다를 동시에 빨갛게 물들이던 태양이 점점 사그라진다. 해가 진 후에도 여운이 남아 한동안 발을 떼지 못했다. 민머루 해수욕장 근처에는 펜션과 편의점이 모여 있어 이곳에서 하룻밤 머물면서 섬의 이야기를 듣는다.
이른 아침 보문사로 향한다. 석모도의 보문사는 남해의 보리암, 양양의 홍련암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관음도량이다. 일주문을 지나 올라가다보면 각양각색의 표정을 하고 있는 오백나한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사찰 앞마당에는 천연동굴을 이용한 석굴 사원이 자리하고 있다. 바다에서 건져 올린 나한羅漢을 모셨다는 전설 때문에 나한전이라고도 한다.
보문사의 백미는 눈썹바위 아래의 마애불상이다. 돌층계를 쉬엄쉬엄 올라가면 별로 힘들지 않다. 소원을 이루어주는 길이라고 하니 마음속 작은 소망하나 꺼내들고 올라본다. 새벽 동틀 무렵 들려오는 보문사 앞바다의 파도소리와 눈썹바위 아래로 내려다보는 석양은 예로부터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탁 트인 풍경을 눈에 담고 내려오는 길이 상쾌하다.
선사시대의 유물에서 근현대의 풍물까지
강화역사박물관은 강화에서 출토된 선사시대 유물들과 근현대사를 망라한 상설전시실을 운영하고 있다. 실제 유물들뿐만 아니라 고인돌을 만드는 과정이나, 정족산성 전투, 강화도 조약의 현장을 세심하게 재현해 아이들도 이해하기 쉽다. 영상실에서는 고인돌과 초지진 소나무의 대화를 통해 강화가 간직한 전쟁의 역사를 고스란히 들려준다.
역사박물관 건너편의 고인돌 공원을 둘러보자. 넓직한 공원 한 가운데 고인돌이 놓여 있다. 강화도 지석묘다. 동북아시아 고인돌의 흐름과 변화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유적이어서, 2000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공원 주위에는 프랑스 카르낙 열석, 칠레 모아이 석상, 영국 스톤헨지의 모형과 중국과 북한의 고인돌이 놓여있어 전세계 고인돌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가까운 풍물시장에 들러 강화도의 정취를 느끼고 돌아가자. 싱싱한 밴댕이를 회치는 빠른 손놀림도 구경하고, 사자발쑥의 싱그러운 향기도 맡고, 아삭아삭한 순무김치도 맛보면서. 출출하면 2층 식당의 밴댕이 정식을 추천한다. 밴댕이 회무침에 비벼먹는 밥맛이 꿀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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