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다가 그립다면 양양으로 가자. 아기자기한 매력을 품은 아름다운 남애항부터 마음을 쉬어가게 하는 휴휴암, 기암괴석이 가득한 섬 속의 작은 정자 죽도정, 아름다운 전설이 붉게 피어나는 일출 명소인 하조대, 관음보살을 만날 수 있는 낙산사까지 하늘과 맞닿은 푸른 바다가 펼쳐진다.
글ㆍ사진 _ 배나영 작가
쪽빛 겨울바다에 청량한 바람이 분다
양양은 해변을 따라 수려한 경관이 펼쳐진다. 양양군이 선정한 양양8경 중에서 가장 남쪽에 위치한 남애항에서 여정을 시작한다. 작고 아담하지만 ‘동양의 베네치아’라고 불릴만큼 아름다운 항구다. 올망졸망한 어선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드는 항구의 풍경은 가까이서 보아도 근사하지만, 전망대에 올라가서 보아야 제격이다.
항구에서 짭쪼롬한 바닷바람을 맛보고 나면 휴휴암에 들러보자. 작은 암자여서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1년에 270만 명 이상이 찾는다는 동해의 숨은 비경이다. 바다 위로 펼쳐진 100평 남짓한 너럭바위가 쉬고 싶은 사람 모두를 넉넉하게 품어준다. 쉬고 또 쉰다는 뜻을 가진 휴휴암. 이곳에서 쉬어가는 건 사람뿐만이 아니다. 바닷새도 물고기도 유유자적하다. 누군가 고기밥을 던져주니 투명하던 물속에 황어 떼가 몰려들어 물빛이 새까맣게 변한다. 물고기를 잡아먹고 사는 갈매기들이 이곳의 물고기만은 잡아먹지 않는다니 신기한 일이다.
1 한 해에 270만 명 이상이 찾는 작은 암자 휴휴암은 물고기와 바닷새들이 공존하는 곳이다.
2 하조대 등대에서 바라보는 해안가의 절경. 200년 된 소나무가 바다를 굽어본다.
3 낙산사의 해수관음상에 새해 소원을 빌고 나면, 불전암 아래 두꺼비를 쓰다듬어주자.
4 오산리 선사유적박물관 앞 반짝이는 갈대밭은 산책하기에 좋은 장소다.
붉게 피어나는 전설을 따라서
죽도는 둘레가 고작 1km밖에 되지 않는 작은 섬이다. 마음만 먹으면 섬을 한 바퀴 도는데 15분이면 충분하다. 죽도에 들어서면 파도가 공들여 깎은 독특한 바위들이 산책로를 따라 이어진다. 탄성이 절로 난다. 바다 위에 흩뿌려진 바위를 뒤로하고 죽도정에 오르면 발아래 펼쳐지는 경치가 시원하다. 죽도정은 소나무와 대나무로 둘러싸여 운치를 더한다.
일출로 유명한 하조대는 명성만큼이나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하조대라는 이름에는 두 가지 유래가 전해진다. 하나는 조선의 개국공신인 하륜과 조준이 절벽 위에 정자를 지었는데, 두 사람의 성을 따서 하조대라고 명명했다는 설이다. 또 하나는 신라시대의 화랑이었던 하랑과 조씨 문중의 낭자 조당 사이의 비극적인 사랑이야기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다. 두 사람은 하조대 절벽에서 바다에 몸을 던졌는데, 그래서인지 하조대 근처의 해당화는 다른 곳보다 붉다고 전해진다. 진실과는 상관없이 낭만적인 이야기 쪽에 더욱 마음이 끌린다. 하조대의 일출이 유난히 붉고 아름다운 이유는 어쩌면 두 사람의 슬픈 넋이 깃들어서일지도 모른다.
5 낙산사의 홍련암은 의상대사가 관음보살을 만나고 지은 암자로, 우리나라 4대 관음성지로 불린다.
솟아오르는 붉은 해의 정기를 받고
스위트호텔 낙산에서는 낙산해수욕장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통유리창 가득히 바다가 넘실거린다. 낙산해수욕장은 동해안을 대표하는 해변이다. 동해안까지 와서 일출을 놓칠 수야 없지. 새벽을 뚫고 밖으로 나왔다. 송림을 지나 몇 발짝 걸으니 바로 모래사장이다.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뜨거운 해가 솟아오른다. 매일 뜨고 지는 해님이지만 1월에는 조금 특별하다. 새삼스레 온몸 구석구석까지 에너지를 전달받는 느낌이랄까. 새해를 시작하는 활기를 얻고 가까운 낙산사로 향한다.
낙산사는 의상대사가 세운 절로 유명하다. 밖으로는 당나라의 침입과 안으로는 반란의 징후가 보이던 신라시대, 의상대사는 강원도 양양에 관음보살이 머물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 동굴에서 기도하던 의상대사에게 관음보살이 나타나 말하길, 대나무가 돋아난 곳에 불전을 지으라 했다. 의상대사가 붉은 연꽃 속의 관음보살을 만난 자리에 지은 암자가 홍련암이다. 지금도 홍련암의 불전에 앉으면 관음굴에서 파도치는 소리가 온몸으로 전해진다고 한다.
관음보살의 말씀에 따라 대나무가 돋아난 곳에 지은 불전이 원통보전이다. 경봉스님의 현판은 묵직하고, 화려한 단청은 섬세하기 이를 데 없다. 해수관음상은 높이가 15m나 되는데, 그 인자한 미소를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불전함 밑에는 다리가 세 개인 두꺼비, 삼족섬이 엎드려있다. 해수관음상에 예를 올리고 삼족섬을 만지는 사람에게는 여행복과 재물복을 준다는 전설이 있으니 잊지 말고 만져보길. 반질반질한 두꺼비를 쓰다듬으니 이미 부자가 된 기분이다.
햇살 속에 은빛으로 파도치는 갈대밭 산책
양양 오산리의 선사유적박물관은 우리나라 신석기 유적지 중 가장 오래됐다. 이곳에서 흙으로 만든 인면상이 출토되었는데, 8000년 전에 사람의 얼굴 모양으로 만든 작품이어서 희귀성을 인정받고 있다. 외부에는 신석기 시대의 움집을 재현해놓았고, 내부 전시실에는 선사인들의 생활상을 복원해두어 흥미롭다. 하지만 이곳의 백미는 드넓은 갈대밭이다. 탐방로를 걸으며 햇살에 반짝이는 갈대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곳에 방문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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