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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owon Life

[베스트 여행코스] 연꽃으로 피어난 백제의 향기, 부여

교원소통지기 2015. 9. 18. 15:23

수학여행의 추억이 가득한 신라의 수도 경주는 무척 친근하게 느껴지는데 비해, 백제의 수도 부여는 조금 멀게 느껴진다. 그럴 땐 문학시간에 배운 서동요나 국사시간에 들었던 낙화암의 삼천궁녀 이야기를 떠올려보면 어떨까. 멀기만 했던 부여가 가까워진다. 마침 궁남지에 연꽃이 흐드러지게 폈다. 꽃이 지기 전에 부여로 떠나보자. 웅장하면서도 섬세한 백제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테니.
글ㆍ사진 _ 배나영 작가

 

백제 시대로 돌아가는 타임머신, 국립부여박물관
국립부여박물관에는 귀중한 유물이 가득하다. 부여의 선사시대부터 사비백제시대와 불교문화의 찬란한 유산들이 이곳에 모여 있다. 특히 국보 287호인 백제금동대향로는 지금 보아도 아찔할 만큼 아름답다.
부여의 능산리사지에서 출토된 백제금동대향로는 거대한 용이 머리를 들어 입으로 향로를 받치고, 연꽃잎으로 장식된 향로의 몸체 위에 한 마리 봉황이 앉아있는 신비로운 모습이다. 뚜껑은 부드러운 능선이 겹겹이 쌓인 산 모양이고, 향의 연기가 산등성이에 난 구멍 사이사이로 피어오르도록 했다. 백제의 전통적인 세계관과 도가사상이 섬세하고 정교하게 표현된 이 향로는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질리지 않을 만큼 아름답다. 박물관에서 백제금동대향로 하나만 보고 나오더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울 정도다.


 

1 부여의 궁남지에는 60여종 1000만 송이의 연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난다.
2 백제문화단지의 제향루에서 내려다 본 능사에는 5층 목탑이 우뚝 서있다.

 

천 년의 시간을 담아내는 연꽃, 궁남지
여름이면 연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궁남지는 백제 무왕이 만든 인공 연못이다. 우리나라의 인공 연못 중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궁의 남쪽에 있어 ‘궁남지(宮南池)’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연못 가운데 섬을 만들고 주위에 버드나무와 연꽃을 심었다.
궁남지에는 무왕의 탄생설화가 전해진다. 왕궁 남쪽에서 혼자 사는 여인이 궁남지에 살던 용(龍)의 아이를 낳았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말하는 용은 아마도 왕이나 태자를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홀어머니와 생활하던 아들은 마를 캐다 팔았는데, 그래서 아명(兒名)이 마를 뜻하는 ‘서(薯)’자를 써서 ‘서동(薯童)’이 되었다고 한다. 기골이 장대하고 효성이 지극한 장부로 자란 서동은 신라로 잠입해 국정을 탐지하라는 궁의 명을 받아 신라로 떠나게 된다. 그러다가 신라 진평왕의 셋째 딸인 선화공주와 사랑에 빠진다. 서동은 꾀를 내어 저잣거리 아이들에게 노래를 가르쳤다. ‘선화 공주님은 남몰래 시집가서 밤마다 서동 도련님을 안고 잔다’는 내용이었다. 이 노래가 신라의 궁궐까지 퍼지자 왕은 선화공주를 쫓아냈고, 서동과 공주는 함께 백제로 돌아와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다. 궁남지를 만든 사람이 무왕이므로, 탄생 설화와 연대기가 맞지는 않지만 전설은 전설대로 사람들의 마음을 울린다.
궁남지는 천 년이 지난 지금도 아름답다. 궁남지의 연못을 한 바퀴 둘러보다 보면, 이 연못에서 배를 띄우고 놀던 무왕과 선화공주가 생생하게 살아난다. 날이 어둑어둑해지면 조명으로 불을 환하게 밝힌 연못이 근사하다. 해지기 직전에 궁남지 바깥쪽을 한 바퀴 돌며 연꽃 구경을 하고, 해가 진 후 궁남지 안쪽 연못가에서 반짝이는 야경을 감상하면 좋겠다.
부여에 왔으니 저녁식사는 연잎밥을 먹어보자. 부여는 연꽃만큼이나 연잎밥도 유명하다. 찹쌀과 각종 잡곡, 견과류와 대추를 연잎에 싸서 찐 밥은 연잎 향이 은은하게 배어나서 다른 반찬이 없어도 맛있다.


화려했던 백제의 부활, 백제문화단지와 백제역사문화관
백제문화단지는 넓은 부지에 백제의 궁과 능사, 마을을 재현해 볼거리가 쏠쏠하다. 그늘이 별로 없으므로 해가 쨍쨍하기 전, 아침 일찍 출발하는 편이 좋겠다. 정양문을 통과해 백제문화단지 안으로 들어서면 사비궁의 엄청난 규모에 놀란다. 백제 문화의 절정을 이룬 사비시대의 왕궁 모습을 재현해 웅장하면서도 섬세한 백제의 건축양식을 보여준다.
사비궁을 관람하고 나오면 백제의 사찰인 능사가 나온다. 이곳의 능사는 지금까지 발굴된 유구의 규모와 동일하게 건물과 기둥 사이의 간격을 그대로 재현했다. 국내에서 최초로 재현된 높이 38m의 거대한 5층 목탑을 마주하면 마음이 저절로 경건해진다.
이 탑에도 서동의 전설이 얽혀있다. 신라로 떠나기 전, 서동은 능사의 탑을 세 바퀴 돌며 무사히 다녀오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었다고 한다. 무왕이 선화공주와의 사랑을 이룰 수 있었던 건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능사 뒤에는 사비시대 귀족계층의 무덤이 자리한 고분공원이 있다. 부여지역에서 출토된 고분을 이전, 복원했다고 한다.
언덕 위의 제향루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위례성과 생활문화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위례성은 백제 한성시기의 도읍을 재현했고, 생활문화마을은 사비시대의 계층별 주거유형을 보여준다. 각 가옥별로 체험활동이 가능하다. 건축가네 집에서는 목공예 체험을, 도공의 집에서는 도자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우물과 측간까지 꼼꼼하게 재현해 소소한 발견의 재미가 있다.
백제문화단지의 관람료에는 백제역사문화관까지 포함되어 있다. 시원하게 몸도 식힐 겸 둘러보고 가자. 전시실에는 당시 백제의 생활문화를 생생하게 재현해 아이들도 어른들도 즐겁게 관람을 할 수 있다. 3D상영관에서는 <사비의 꽃>을 상영한다. 시간이 맞는다면 관람해보자. 별로 기대하지 않고 봤다가 눈물이 날만큼 감동했던 작품이다.
 

3 구드래 나루터에서 고란사와 낙화암으로 향하는 황포돛대를 탈 수 있다.
4 백화정에서 서면 삼천궁녀가 꽃처럼 몸을 날렸다는 낙화암이 내려다보인다.

 

백제의 슬픔을 지켜본 백마강과 낙화암
낙화암에 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구드래 나루터에서 황포돛배를 타고 가는 방법과 시내의 부소산성길을 따라 천천히 올라가는 방법이다. 뱃길로 가면 ‘낙화암’이라고 바위 절벽에 새겨진 송시열의 글씨를 볼 수 있고, 부소산성길을 따라 올라가면 삼충사나 반월루, 사자루를 둘러보며 부소산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나루터에서 배를 타면 고란사 아래 선착장에 도착한다. 고란사에는 유명한 약수가 있으니 한 모금 마셔보자. 전설에 따르면 백제의 임금이 항상 고란사 바위틈에서 나는 약수를 마셔 매일 사람을 보내 약수를 떠오게 했다. 약수터 주변에는 기이한 풀이 있어 고란초라고 불렀는데, 고란사에서 떠온 약수임을 증명하기 위해 고란초 잎을 띄워 가져갔다고 한다. 이 약수를 마시면 3년씩 젊어진다고 하는데, 약수를 들이키다가 갓난아기가 된 할아버지의 이야기도 전해진다. 약수를 마신 후엔 절 뒤편에 그려진 벽화를 감상해보자. 불교의 전파와 낙화암의 이야기가 잘 표현되어 있다.
고란사에서 조금 걸어 올라가면 낙화암이 나온다. 나당연합군이 침공했을 때 백제 여인들이 남의 손에 죽지 않겠다며 이곳에 올라 강물에 몸을 던졌다는 기록이 삼국유사에 전해진다. 그 모습이 마치 꽃이 날리는 모습 같았다고 하여 낙화암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내려다 보이는 풍광이 일품인 이곳에 1929년 백화정이라는 정자가 세워졌다.

 

 

 

 

 

<교원가족 2015.8월호>에서 원문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