엷은 물안개가 호수를 한 바퀴 휘감는 동안 하늘이 호수를 닮아 파랗게 물든다. 청풍호 유람선을 타고 옥순봉과 구담봉, 금수산을 둘러보고 청풍문화재단지를 산책하는 동안 마음에도 알록달록 단풍이 물든다. 청풍모노레일을 타고 비봉산 정상에 오르면 신선이라도 된 기분이다. 호수가 붉은 단풍으로 물드는 계절에, 제천에 오길 참 잘했다.
글ㆍ사진_ 배나영 작가

 


붉은 단풍이 물든 뱃길, 청풍호 유람선
청풍나루와 장회나루 사이로 대형 유람선과 쾌속선이 운항한다. 유람선에 오르면 청풍호의 푸른 물결 위로 투명한 바람이 불어오고, 경치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잠시도 눈을 감을 수가 없을 만큼 시시각각 풍경이 변하고 색깔이 변한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옥순대교를 지나자 옥순봉이 보인다. 퇴계 이황 선생이 봉우리의 모습을 보고 ‘비가 온 뒤에 솟아나는 옥빛의 대나무순 같다’고 하여 옥순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바위가 거북이를 닮았다고 해서 구담봉이라 불리는 석벽도 감상한다. 옥순봉과 구담봉의 바위들 사이에도 아늑하고 부드러운 색조의 단풍이 곱게 물들었다. 기암괴석과 단풍이 어우러지니 멋스럽다. 한 시간 반이 금방 지나간다. 단풍놀이 좋아하시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도 좋겠다.
유람선 승선시간은 자주 변동되므로 당일 아침에 전화로 확인하자. 만약 단체 관람객이 몰려 유람선을 타기까지 1시간 넘게 기다려야 할 경우, 시간이 많이 남으면 청풍문화재단지를 먼저 관람하고 오는 것도 방법이다.


가을 한복판에 자리 잡은 청풍문화재단지
청풍문화재단지는 충주댐을 건설하면서 청풍면 일대의 크고 작은 집이 물에 잠기게 되자, 수몰지역의 문화유산을 모아 현재의 위치에 이전하고 복원해놓은 곳이다. 53점의 문화재와 1900여 점의 생활유물이 산재되어 있다.
청풍문화재단지를 거닐기만 해도 가을 기분이 물씬 난다. 팔영루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서 오른쪽 길로 향한다. 반시계 방향으로 관람하는 편이 좋다. 황석리 고가, 도화리 고가, 후산리 고가를 차례로 살펴본다. 때가 맞으면 초가집 지붕을 얹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망월루까지 쉬엄쉬엄 올라가보자. 연리지 앞에는 여행객들이 사진을 찍느라 분주하다. 망월산성에 올라 호기를 부려보다가 망월루까지 단숨에 올라 호수를 내려다 보며 숨을 돌린다. 흰 물보라를 그리며 유람선이 지나간다. 오래도록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가을에 물들고 싶다.

 

비봉산 절경을 발 아래 두고, 청풍모노레일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가며 내려다보는 청풍호의 전경은 내륙의 바다와 다도해를 연상케 하는 절경이다. 올라가는 데 20분 남짓, 내려오는 데 20분 남짓 걸리는 모노레일은 깎아지른 산을 잘도 오르내린다. 여섯 명이 타고 오르는 모노레일은 무인으로 운행된다.
꼭대기에 오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여기까지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올 수 있다니 감사할 따름. 전망대에 서면 사방으로 호수와 산자락이 펼쳐진다. 패러글라이딩을 할 수 있는 활강장이 있어서 시야가 확 트였다. 유람선을 타고 가까이서 바라보는 호수도 좋지만 이렇게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호수도 근사하다. 패러글라이딩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전문가와 함께 하늘을 날 수 있다니 맑은 날에 다시 한번 와보고 싶다.
 


(좌) 청풍모노레일은 한 번에 여섯 명을 태우고 4분에 한 번씩 비봉산 정상을 향해 출발한다.
(우) 청풍모노레일을 타고 비봉산 정상에 오르면, 사방으로 호수가 펼쳐진 절경이 마음에 쏙 들어온다.


남들의 스릴이 나의 스릴! 청풍랜드 조각공원
청풍랜드는 도전과 모험을 좋아하는 이들의 세상이다. 청풍호반을 내려다보며 번지점프를 할 수도 있고, 케이블코스터를 타고 호수를 건널 수도 있다. 이름만 들어도 짜릿한 쾌감을 느낄 수 있는 이젝션시트와 빅스윙이 들어서 있어 휴일이면 젊은이들의 신나는 비명소리가 울려 퍼진다. 남들이 뛰어내리는 걸 구경만 해도 가슴이 두근두근 벌렁거린다. 청풍랜드의 케이블코스터가 국내 최장거리인 왕복 1.4km라니 스릴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제격이겠다.
사실 청풍랜드의 매력은 따로 있다. 청풍호에서 쏘아올리는 수경분수를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높이 164m의 분수가 시원하게 물을 뿜어내며 무지개를 만든다. 뒤편의 조각공원을 거닐면 호수의 또 다른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국내 유명 조각가들의 조각 작품 30점을 만나며 걷는 길이 상쾌하다.


자연 속에 어우러진 희망 솟대, 능강솟대문화공간
길을 걷다 솟대를 만나면 자연스럽게 솟대를 따라 하늘을 올려다보게 된다. 하늘을 바라보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희망이 샘솟게 하는 솟대다. 우리나라에 유일한 솟대 테마미술관인 능강솟대문화공간은 조용하게 자연에 묻혀 손님을 맞이한다.
이곳의 솟대를 자세히 살펴보면 지금까지 보던 여느 솟대와는 약간 다른 모양이다. 신기하다. 다른 곳의 솟대와 달리 새의 몸통에 해당하는 부분을 인위적으로 만들지 않고, 나무에 바이러스가 전염되어 부어 오른 부분을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하나도 같은 모양이 없는 각양각색의 솟대를 보며 희망을 그린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잠시 쉬어가기에 안성맞춤이다.

 


능강솟대문화공간에 가면 하늘을 향해 높이 뻗어 희망을 상징하는 솟대가 아기자기한 공간을 가득 채운다.

 

의상대사의 지팡이가 멈춘 곳, 정방사

천년 고찰 정방사는 비단에 수를 놓은 듯 아름답다는 금수산 자락에 세워진 절이다. 자드락길 2코스를 걸어도 만날 수 있다. 걸어가려면 능강교에서 약 1.6km를 올라가야 한다. 잘 걷는 사람은 1시간 30분 정도면 도착한다. 자동차로 올라가는 길은 외길이라 아찔하다. 중간에 차를 옆으로 대고 지나갈 수 있는 공간이 자주 있는 편이어서 그나마 안심이다.
이 절은 신라시대에 의상대사가 지팡이를 던진 자리에 창건하였는데 긴 역사에 비하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올라오는 길에 땀을 좀 흘렸을 테니 절 뒤로 돌아가 약수를 한 잔 마셔보자. 의상대라는 웅장한 암벽 아래 다소곳이 자리 잡은 절이 아늑하다. 청풍호와 주변의 산들이 보이는 절 앞마당에서 시원한 바람을 들이마신다. 이 맛에 여기까지 오르는구나. 내려다보이는 모습이 비경 중의 비경이다. 그리고 이건 아는 사람만 아는 비밀인데, 새로 지은 화장실에 들어가면 큰 유리창을 통해 밖을 내다보며 볼일을 볼 수 있다. 잠깐 비경을 둘러 보자.  


 
의상대사가 지팡이를 던진 자리에 창건한 정방사는 웅장한 암벽 아래 다소곳이 자리잡고 있다.

 

 


Travel Tip

청풍호 유람선 호수가 커서 지역마다 다른 코스의 유람선을 운행하니 나루를 확인해야 한다. 장회나루-청풍나루 왕복 코스가 볼만하다. 네비게이션에는 ‘청풍나루’ 혹은 ‘청풍나루휴게소’를 입력한다. 왕복요금은 대인 1만4000원, 소인 9000원이며, 약 1시간 소요된다. 운항시간은 꼭 사전에 확인할 것. 043-647-4566
청풍문화재단지 운영시간은 9시부터 18시까지이며, 11월부터 2월까지는 17시까지만 운영한다. 입장료는 어른 3000원, 청소년 2000원, 어린이 1000원이다. 043-641-6734
청풍모노레일 미리 인터넷으로 예약해야 원하는 시간에 탑승할 수 있다. 어른 및 청소년은 8000원, 노인과 어린이는 6000원이다. 12월에서 2월까지는 휴장하며,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은 정기점검으로 운행하지 않는다. 체험비행은 11~15만원 정도이며, 전화 예약 필수. 043-642-3326
청풍랜드 조각공원 청풍랜드에서 짜릿한 놀이시설들을 즐길 수 있다. 이용료는 번지점프 4만원, 케이블코스터 3만5000원, 이젝션시트 2만원, 빅스윙 1만5000원이다. 043-648-4151
능강솟대문화공간 입장료는 무료. 단체예약에 한해 체험을 진행한다. 043-653-6160
정방사 정방사 바로 아래에 주차장이 있다. 외길이니 조심하자. 043-647-7399
음식 호수 근처의 금수산송어장과 황금가든, 느티나무횟집 등에서 송어회를 먹을 수 있다. 제천 시내에 숙소를 정했다면 가는 길에 약채락 자연쌈채에서 쌈을 먹어도 좋겠다.

 

 

<교원가족 2015.10월호>에서 원문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Posted by 교원소통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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