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나폴리’라고 불리는 통영은 여러모로 매력적인 도시다. 북적북적한 시장통 앞에 펼쳐진 항구도 아기자기하고, 옹기종기 모여앉은 한려수도를 내려다보는 전망도 근사하다. 통영에 ‘예항(藝港)’이라는 이름을 선사한 문화예술인들의 흔적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게다가 하루에 다섯 끼는 거뜬히 먹을 수 있을 만큼 풍부한 먹거리는 통영 여행을 더욱 행복하게 만든다.
글ㆍ사진 _ 배나영 작가
통영의 이순신공원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산책로의 경치가 근사하다.
한산대첩을 기념하는 이순신공원
통영 시내에 들어가기 전에 이순신공원으로 향한다. 이순신공원은 한산대첩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원이다. 한산대첩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조선 수군이 학익진을 펼쳐 일본 수군을 대파하고 남해의 해상권을 장악한 전투다.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당시를 회상하듯 바다를 내려다보며 늠름하게 서있다. 공원에 오르면 이순신 장군이 지켜낸 아름다운 바다가 펼쳐진다.
해안산책로를 따라 바다까지 이어진 길을 걷는 것도 좋고, 곳곳에 놓인 벤치에 앉아 질리지 않는 경치를 감상하는 것도 좋겠다. 통영 여행의 시작으로 손색이 없는 절경이다.
근대문화유산이기도 한 해저터널은 보행자 도로로 이용되고 있다.
윤이상 기념공원과 해저터널 산책
윤이상 기념공원으로 향해보자. 우리나라보다 유럽에서 훨씬 더 유명한 작곡가였던 윤이상은 통영이 낳은 세계적인 예술가 중의 한 명이다. 그를 기리기 위해 매년 3월에는 통영국제음악제가, 10월에는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가 열린다. 통영 출생의 예술가 윤이상을 기념하는 깔끔한 전시실부터 모던한 느낌의 야외공연장과 호수정원까지 둘러보자.
윤이상 기념관에서 조금만 걸어나오면 통영 해저터널의 입구가 있다. 일제시대에 지어진 동양 최초의 해저터널로 통영과 미륵도를 이어주는 해저도로다. 예전에는 차량도 운행했다는데 지금은 동네 주민들이 오가는 보행자 도로다. 바다 속에 지어졌으니 오가는 물고기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말자. 콘크리트로 마감된 벽이다.
눈을 돌리는 곳곳에 벽화가 숨어있어 아기자기한 매력이 있는 동피랑 마을.
동화 속 이야기를 직접 만들어가는 동피랑 마을
통영은 아침부터 분주하다. 짭쪼롬한 바다의 냄새를 몰고 온 고깃배가 항구를 드나든다. 한 걸음 앞에서 고깃배가 오가고, 또 한 걸음 앞에서 시장 상인들이 오간다. 통영에서만 볼 수 있는 아침풍경이다. 강구안의 반짝이는 윤슬을 벗삼아 아침 산책과 식사를 마친 뒤, 동피랑 마을로 슬슬 걸어 올라가자.
동피랑이라는 이름은 ‘동쪽’과 ‘비랑’이라는 말이 합쳐진 말이다. 비랑은 비탈을 뜻하는 통영 사투리다. 동피랑 길에는 2007년부터 벽화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2년에 한 번씩 벽화 공모전을 개최해 새로운 그림을 그려나간다. 벽화가 그려질 때마다 마을 사람들의 꿈이 함께 그려진다.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다도해의 풍경.
한려수도의 비경을 조망하는 케이블카
충무교를 넘어 미륵도 관광특구로 케이블카를 타러 가자. 통영은 원래 ‘충무’라고 불리던 육지와 두 개의 다리로 연결된 미륵도, 그리도 150여개 섬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예로부터 미륵도에 솟아 있는 미륵산에 오르면 통영항과 한려수도의 다도해가 한눈에 보이기로 유명했다. 그래서 미륵산에는 고려 말부터 외적의 침입을 알리는 봉수대를 설치했다. 아마 한산대첩의 현장도 이곳에서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었을 것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10분 정도면 미륵산 전망대에 도착한다. 전망대에서 미륵산 정상까지는 400m 정도 데크를 따라 올라가면 된다. 청명한 날에는 일본 대마도까지 한눈에 보인다.
미륵도에 왔으니 산양일주도로를 달려보자. 통영사람들은 미륵도를 한 바퀴 도는 22km 정도의 일주도로를 ‘꿈길 드라이브 60리’라고 부른다. 일출과 일몰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달아공원에 들러보자. 공원 입구의 주차장에서 5분 정도 올라가면 관해정에서 붉은 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
다도해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한산도 제승당
통영케이블카를 타고 내려다 본 아름다운 다도해를 조금 더 가까이서 보고 싶다면 배를 타고 여행해보자. 통영에서는 시내에서 가까운 여객선 터미널과 미륵도에 있는 유람선 터미널 두 곳에서 배를 운행한다. 섬 주변의 기암괴석이 신비롭기로 유명한 소매물도, 바다낚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섬인 욕지도, 불교계의 순례지로 각광받는 연화도, 겨울에서 봄까지 동백터널이 반겨주는 장사도, 이충무공의 유적지인 한산도 등 수많은 섬들이 있어 어디로 떠날 지 고민하게 만든다.
이순신 장군이 머물렀던 한산도의 제승당은 수학여행지로도 인기가 있다. 매시간마다 배가 있고, 제승당까지 가는 한산만의 전경이 산수화처럼 수려하여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거북등대에게 인사하며 한산도에 오른다. 수루에 올라 바다를 내려다보며 충무공이 읊던 시를 음미하고, 이순신 장군의 영정을 모신 충무사에서 그의 정신을 기려본다. 돌아오는 길은 조금 서둘러서 배시간에 늦지 않도록 하자.
바다의 맛이 살아있는 곳, 중앙활어시장
갖가지 해산물이 좋기로 유명한 통영이니 저녁에는 신선한 활어회를 먹어볼까. 여러 명이라면 통영의 독특한 횟집 문화인 ‘다찌집’으로 가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만약 특별히 먹고 싶은 종류의 회가 있다면 중앙활어시장에 가서 직접 골라보자. 아침에 들여온 신선한 물고기들이 바구니에서 퍼덕거린다. 보통 한 바구니에 두세 마리의 튼실한 물고기가 담겨있고, 3~4만원이면 서너 명이 충분히 먹을 만큼 신선한 회를 구입할 수 있다. 커다란 도미나 광어도 2만원이면 먹을 수 있는 것이 중앙활어시장의 매력! 갖가지 해산물도 무척 저렴하게 판매하니 곁들여 먹기에 좋다. 한 번이라도 이곳에서 신선한 회를 배터지게 먹어본 사람은 절대 그 맛을 잊지 못한다. 통영에 다시 올 만한 이유로 충분하다.
Travel Tip
윤이상 기념관 이용시간은 9시부터 18시까지이며, 매주 목요일 · 법정 공휴일의 익일 · 설 및 추석 연휴에는 휴관한다. 055-644-1210
통영케이블카 매달 둘째, 넷째 주 월요일은 휴장하며, 기상관계로 운행이 안 되는 경우도 있으니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좋다. 주말엔 줄이 긴 편이므로 오전에 일찍 가자. 왕복요금은 대인 1만원, 소인 6000원이다. 055-649-3804 / cablecar.ttdc.kr
중앙시장 중앙시장과 중앙활어시장이 모여있다. 근처에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으므로 공영주차장을 이용하거나 걸어가는 편이 낫다.
동피랑 마을 강구안에 공영주차장이 있으니 주차를 해두고 표지판을 따라 걸어 올라가자. 동피랑 마을 내에는 골목이 좁아 주차하기가 쉽지 않다.
한산도 제승당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한산도로 7시부터 18시까지(동절기에는 17시까지) 한 시간 간격으로 운항한다.
요금은 왕복 기준 대인 1만1000원 정도이나 자주 변동되며, 배를 타려면 신분증을 꼭 지참해야 한다. 1666-0960?
Tasty Road
멍게비빔밥 멍게비빔밥은 보통 1만원, 성게비빔밥은 1만5000원 정도. 횟집이나 식당에서 먹을 수 있다.
단, 멍게비빔밥과 성게비빔밥을 동시에 시켜 맛보면, 성게의 맛이 멍게의 향에 눌려 제대로 즐기기 어렵다는 점을 주의하자.
꿀빵 보통 10개에 1만원 정도. 원조 꿀빵집으로 알려진 ‘오미사 꿀빵’에서는 10개에 8000원에 판매한다.
다찌집 통영의 독특한 횟집 문화. 1인 3만원에 다양한 회와 해산물, 음료나 술이 포함되어 상이 차려진다.
보통 2인 이상이지만, 3인 이상 모여야 풍성하게 대접받을 수 있다.
충무김밥 통영 어디서든 충무김밥집을 볼 수 있다. 강구안에도 몰려있는데 ‘뚱보할매김밥’과 ‘달인충무김밥’이 유명하다.
옛날에 통영에서 먹던 진짜 충무김밥을 먹고 싶다면, ‘옛날충무꼬지김밥’에 도전해보자.
빼떼기죽/우짜 빼떼기죽은 고구마를 말렸다가 잡곡을 더해 끓인 죽인데, 달큰한 맛이 특징이다.
우짜는 우동국물에 짜장양념을 섞어먹는 국수다. 서호시장의 ‘통영빼떼기죽’이 원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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